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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CD 창궁의 파프너 Vol. 2 GONE/ARRIVE

 

 

 

 

 

(츠바키 MONO)

 

동료, 가족, 아군, 같은 고향을 가진 이들.

하지만 대부분 잃어버렸다.

섬은 더는 예전의 섬이 아니게 되고, 모두가 끝없는 싸움 속에 있었다.

 

 

 

 

 

(카논 MONO)

 

여기에 없다.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 그것이, ‘없다’는 것. 사쿠라가 없어. 마모루가 없어. 소우시가 없어. ……미치오가 없어. 많은 이가 없어. 다들……없어져버렸어. 그런데 난 아직 여기에 있어. 미치오……, 카즈키도 마야도 싸울 생각이야. 나 자신도. ……북극. 설령 돌아올 전망이 없는 싸움이라도, 그밖에 더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흙을 짓이기는 소리)

 

카즈키 : 흙. 페스툼의 몸과 같은 것. 모두를……소우시를……빼앗은 것.

(문 열리는 소리)

후미히코 : 카즈키.

카즈키 : 아빠.

후미히코 : 처음……이구나. 네가 내 작업 도구를 만지는 건.

카즈키 : 응……. 아빠, 알비스에 있는 거 아니었어?

후미히코 :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왔지. 그리고……네 상태를 보러 왔다.

카즈키 : 응…….

(물레 돌리는 소리)

카즈키 : 봐, 아직 움직여. 내 몸. 사쿠라처럼 될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 아빠.

후미히코 : 카즈키, 넌 더는 파프너에는…….

카즈키 : 소우시가 그랬어! 인류군의 작전에 참여할지도 모른다고.

후미히코 : 카즈키.

카즈키 : 아빠, 아빠 같은 어른들이 만든 페스툼을 쓰러뜨리기 위한 무기는, 분명 생각 이상으로 우리의 전부가 됐어.

후미히코 : ……!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그래서 인류군의 무모한 작전에 참여하게 해달란 말이냐.

카즈키 : 그치만……그 외에 다른 수가 없잖아!

후미히코 : 카즈키!

카즈키 : 아빠도, 엄마를 잃었을 때는 같은 기분이었잖아!

후미히코 : ……!

카즈키 : 하지만 아버지한테는 적을 쓰러뜨릴 힘이 없었어. 나한테는 있어! 파프너가 있어!

후미히코 : 아니다. 카즈키, 난…….

카즈키 : 그놈들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날 키웠잖아! 아빠!

후미히코 : 그만두지 못하겠냐! 두 번 다시 그 소리 꺼내지 마!

카즈키 : …….

후미히코 : 애초에 너랑 마크 자인을 결전에 투입하면, 어떻게 섬을 지켜!

카즈키 : 토오미랑 카논이 있어. 게다가……켄지도. 걔들이 섬을 지키겠지.

후미히코 : 무슨 근거로, 전선에서 도망친 놈까지 다시 파프너를 탈 거라고.

카즈키 : 켄지한테 뭐가 남아 있는데! 사쿠라도 마모루도 없어. 그 녀석 엄마까지 없어졌지. 지금의 그 녀석한테 달리 뭐가 있어! 조만간 자기가 먼저 태워달라고 할 거야!

후미히코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카즈키 : 아빠도 알잖아?! 알고 있을 거잖아?! 가게 해줘, 아빠! 제발! 아직 몸이 움직이는 동안! 내가 사쿠라처럼 되기 전에! 나 혼자서 북극에 갈 거야!

후미히코 : 그만해라. 카즈키.

카즈키 : 점점, 몸이 안 움직여져. ……조만간 눈도 안 보이게 되겠지. 아무 생각도 못 하게 될 거야. 얼마 안 가서 난……산 채로 다른 뭔가가 돼……! 내가 없어지는 거야, 아빠!

후미히코 : ……. 곧 토오미 선생이 너희를 구할 방법을 찾아낼 거다. 그때까지…….

카즈키 : 안 늦을 것 같아?! ……제발, 아빠……. 내가 나인 동안에, 내가 싸우게 해줘! 부탁이야……! 보내줘! 나 혼자 가게 해줘!

후미히코 : ……카즈키, 난…….

카즈키 : ……섬의 싸움을 결정하는 사람이야. 아빠는, 지금 이 섬에서 우리한테 싸우라고 명령해줄 단 한 사람이야! 그렇잖아……아빠…….

후미히코 : ……맞다, 카즈키. 내가, ……너희를 보내지. 싸움을 바라는 자들을 전부.

카즈키 : 아빠…….

후미히코 : 섬의 복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그 뒤에 내가……널 북극으로 보낼 준비를 해주마.

카즈키 : ……. 고마워, 아빠.

후미히코 : 손의 진흙을 씻어내. 그 이상 마르기 전에. 그대로 두면……흙을 못 지우게 된다.

카즈키 : 응.

 

 

마야 : 쓸쓸한 바람. 요전까지 온 섬에 꽃이 피었는데. ……나무도 꽃도 벌레도 죽은 후의 고요한 바람. ……파도가 심해. 섬 일부가 없어진 탓이야. 섬 주변에 온통 저렇게 거친 파도가 쳐. 그런데 내 주위만……잔잔한 느낌. ……나, 알고 있어. 파프너를 타면 나한테서 슬픔도 쓸쓸함도 사라진다는 거. 쇼코가 죽었을 때도……그랬을까? 슬픔을 지우고 싶어서. ……나, 이렇게나 파프너를 타고 싶어 해. 있잖아, 아빠. 아빠도 죽었지? 아빠는 페스툼이랑 뭐가 달랐어? 난……페스툼이랑 뭐가 다르지……?

 

 

켄지 : 온 집이……엉망진창이야. 우리집, 내 방, 부엌, 거실, 식탁, 욕실. ……어딜 봐도 내가 모르는 곳 같아. ……엄마 방. 작업도구가 전부 바닥에 떨어져 있어. 엄마가 보면 화내겠지. 평화로운 곳, 안전하고 따뜻한 곳. ……결국 나에겐, 그게 제일 소중했어. 하지만 전부 사라져버렸어. 있잖아, 마모루. 나 어떡하지? 사쿠라……. 함께 있어줘. ……누군가, 내 곁에 있어줘. 나……더이상 어디에도 있을 수 없어…….

 

 

후미히코 : ……처음이다. 저 녀석이, 저런 식으로 나한테 부탁하는 건. 아주 어릴 때부터 한 번도 저런 식으로는……. 용서해……. 난 저 녀석을, 가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보낼 거야. 그 이외의 길을 나 자신이 갖고 있지 않아……. 아카네…….

 

 

 

 

 

(츠바키 MONO)

 

희망을 찾아서, 모두가 그와는 다른 길로 걸어가버려. 진짜 답은 아직 막 눈을 떴을 뿐.

빨리, 빨리 와줘. 섬으로 돌아와.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마야 : 카논! 늦어서 미안!

카논 : 아냐, 나야말로 끌어들여서 미안해. 노퉁 모델을 타려면 누군가와 함께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들어서.

마야 : 사과할 거 없어. 우리 파프너는 서로의 마음을 아는 게 중요하니까.

카논 : 마음…….

마야 : 자, 들어가자. 하자마 선생님이 준비해주셨어. 아, 안에 들어가면 서로를 찾으라는 말 들었어?

카논 : 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지만, 해볼게.

마야 : 나도 어떻게든 카논을 찾아볼게.

카논 : 부탁해.

 

(해치가 닫히는 소리)

 

마야 : 역시, 변하지 않았어, 내 마음……. 안개만 잔뜩이고 아무도 안 보여.

잔잔한 수면. 그 너머에 내가 비치고 있어. ……응? 다른 사람도 많이 비치고 있어. 카즈키 군, 카논, 콘도 군……모두의 모습이. 쇼코도 있어. 카스가이 군, 사쿠라, 코다테 군도 있어. 모두……날 보고 있어. 섬 사람들. 엄마, 언니, 미치오 씨. 저쪽에는, 아빠. 전부 거울 너머에 있는 것 같아. 여기 있는 내가 갇혀 있는 것 같아.

……뭐지? 위에서, 빛이……. 불? 손바닥만한 불이 타면서 내려오고 있어. 눈부실 정도로 새빨갛고 아름다운 불. ……뭐야? 불꽃이 안개 너머로……오라는 건가?

 

카논 : 캄캄한 바다. 반쯤 가라앉은 배 위에 있어. 새빨간, 나무로 만들어진 낡은 배. 불이 눈앞에 켜져 있어.

그런가. 바발론(Babalon)……. 더는 움직이지 않는 내 기체가……이 배구나. 어두운 바다를 부서진 배로 떠돌고 있는……이게 내 마음. 불길한 풍경이야. 이걸……마야가 보게 되는 건가.

……뭐지? 바다 위에 불이 나타났어. 저쪽에도……빨간 불 무리가, 점점 늘어가. 저쪽의 불 하나가 다가오고 있어. ……따뜻해. 마치, 이건…….

아, 아냐. 그래. 난 알고 있어. 이건……이 불은……미치오?

 

마야 : 안개가 걷혔어. ……배? 굉장해. 불이 엄청나게 많아. 어? 잠깐.

 

카논 : ……너, 너야? 미치오?

마야 : ……좀만 더……. 하〜올라왔다.

카논 : 마, 마야!

마야 : 아, 역시 카논이 있었네.

카논 : ……서, 설마 타고 오른 거야?

마야 : 응. 여기 저기 구멍이 나 있어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기에. ……카논? 왜 그래?

카논 : 아, 아무것도 아냐.

마야 : ……불이 정말 많다. 예뻐.

카논 : 야곱의 불이야.

마야 : 응?

카논 : 성서에 나와. 죽은 자의 영혼이 불이 되어 밤바다에서 헤매는 이를 인도해.

마야 : 없어진 사람들의……불. 오봉축제의 등롱 같아. 아, 불이 바다 쪽으로 가버려. 저 불이 날 여기로 데려와줬어. 저게 누군가의……영혼이구나.

카논 : ……쇼코.

마야 : 어?

카논 : 신기해. 어째선지……저게 쇼코라는 걸 알겠어. 난, 만난 적도 없는 상대인데. 쇼코가 널 여기로 인도해줬어.

마야 : 쇼코……야……?

카논 : 가는 거야? 미치오.

마야 : 미치오……씨? 바다 쪽으로 다른 불과 함께. ……저거 하나하나가 누구의 불인지 알 수 있어?

카논 : 어. 전부. ……저기에 마모루가 있어. 저건 싸움에서 죽은 사람들이야. 저쪽에는 멸망당한 고향 사람들.

마야 : 저기……배 앞에 있는 불은 누구 거야?

카논 : …………어머니야. ……이런, 황폐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어.

마야 : 아니, 카논은……다정해.

카논 : ……?

마야 : 줄곧 기억하고 있구나. 죽은 사람들을. ……그래서 망설이지 않을 수 있어.

카논 : …………누군가가 죽는 게……당연한 날들이었어.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려 했어. 누군가가 없어지는 것도, 내가 그렇게 되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고. 하지만 모두 살아 있었어. 마음속에 살아 있었어.

마야 : 마음. ……내 바다는 있지, 언제나 안개에 싸여 있어. 그리고 수면 너머에……모두가.

카논 : 수면……너머?

마야 : 저기 파도가 없는 곳이 있지? 내가 있는 곳은 언제나 그래. 잔잔하게…….

카논 : 행복해 보여.

마야 : 어?

카논 : 모두 미소 짓고 있어. ……저게, 네 마음이야?

마야 : ……응.

카논 : 안개에 싸여 있는 건, 저기 있는 이들을 지키고 싶어서가 아닐까?

마야 : 지킨다……안개가…….

카논 : 내 고향에서는 안개가 사람을 헤매게 하는 건……거기 있는 걸 지키기 위해서거든. ……아니야?

마야 : 아니……. 맞아. 그래. 당연한 일인데. 알고 있었는데…….

카논 : 마야.

마야 : 카논, 고마워.

카논 : 응?

마야 : 페스툼에게 없고 우리에게 있는 것. 그게 이거야. 이걸 확인하고 싶어서 난, 여기 오고 싶었던 거야. 내……마음 속에.

 

 

 

 

 

(전화벨 소리, 유리 같은 것이 밟히는 소리)

 

켄지 : 콘도입니다. 카나메 선생님. 네, 들었어요. 엄마가……어디서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아뇨, 카나메 선생님도 사쿠라 일로 힘드실 텐데. 알비스에 말인가요? 아뇨, 전 괜찮아요. 여기가 우리집이니까요. 여기서 움직이고 싶지 않아요. 저……계속 여기 있을게요. 엄마가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저, 싸우지 않아서 죄송해요.

(반복되는 초인종 소리)

카논 : 켄지.

켄지 : ……!

카논 : 도망치지 마. 너한테 할 말이 있을 뿐이야.

켄지 : ……카논.

 

 

마야 : 하……. 전엔 조금도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았는데. 나, 이렇게 매달려 있는 수밖에 없다니. ……이렇게 산을 오르면 아빠 등에 업혀있는 것 같았는데. 필사적으로 몸을 지탱하지 않으면 떨어질 이런 곳에서 난……. ……그렇구나. 아빤……이제 없어.

카즈키 : 토오미, 잡아.

마야 : 카즈키 군? 무, 무리야. 그런 몸으로!

카즈키 : 괜찮아.

마야 : ……영……차!

카즈키 : 토오미?

마야 : 읏차, 하아……. 미안. 마지막 정도는 혼자 오르고 싶었어.

카즈키 : 마지……막?

마야 : 응. ……안녕, 아빠.

 

 

켄지 : 날, 책망하러 왔어?

카논 : 아니.

켄지 : 그럼 날……비웃으러 왔어?

카논 : 아냐. ……네 어머니 일은 안 됐어.

켄지 : 그만둬. ……모처럼 어쩌면 돌아올지도 모른다고……생각하던 참인데.

카논 : 켄지.

켄지 : 엄마……내가 지켜야 했는데. 그런데 엄마가……날 지키겠다고…….

카논 : 우리 어머니도……그랬어. ……날 감싸다가 돌아가셨지.

켄지 : ……할 얘기란 게 뭔데?

카논 : 네 기체를 나한테 줘.

켄지 : ……!

카논 : 나한테는 싸울 무기가 없어. 반드시 잘 조종해 보일게. 그러니까 나한테 양보해줘.

켄지 : 내, 내 마크 아하트?

카논 : 내가 네 몫까지 싸워줄게. 넌 거기서……네 집을 지켜.

켄지 : 하……하하! 우리집……우리집이라고?

카논 : ……켄지.

켄지 : 보면 알잖아! 전부 엉망진창이라고! 이게 우리집일 리가 없어!

카논 : 그럼, 어째서 여기 있어?

켄지 : ……몰라! 그런 거 알 게 뭐야!

카논 : 켄지.

켄지 : ……미안.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이 없지. 내가 지키면 됐을 테니까. 내가……. ……어째서 내 건데? 파프너라면 다른 것도 있잖아.

카논 : 자기랑 같은 포지션이나 비슷한 마음이 기록된 기체 쪽이 일체화하기 쉬워.

켄지 : 비슷하다니……나랑 네가?

카논 : 어. 네게 이견이 없다면 사령관님께 기체 변경을 신청하고 올게.

켄지 : 잠깐만! 어디가 비슷한데? 나따위보다 네가 훨씬…….

카논 : 바다 위에 떠 있는 안전한 곳에 있으려는 점이야.

켄지 : 어? 바다라니?

카논 : 메디테이션 훈련 때의 바다 말이야. 너희의 과거 기록을 보여달라고 했어. 다들, 아무것도 없는데 너만 자기가 있을 곳을 만들어냈어. 내 경우는 배야.

켄지 : 배? ……네가 타는 거야? 그 기체에.

카논 :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우선 내 적성을 확인한 후에……다시 올게.

켄지 : 역시 전혀 다르잖아.

카논 : 뭐?

켄지 : 배는 움직이잖아. 산호초는……움직이려고 안 해.

카논 : ……확실히 그건 내 배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었어. 그 마음 풍경이 싸움으로 황폐해지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사쿠라를 위해서도.

(문이 닫히는 소리)

켄지 : ……내 마음. 내……. 그딴 거, 벌써 예전에 이런 꼴이야!

 

 

 

 

 

(츠바키 MONO)

 

아직 잃지 않았어. 아직 우리에겐 남겨진 게 있어. 답이 다가오고 있어. 이제 조금만 더. 빨리, 빨리. 부탁이야. 망설이지 말고 와. 부디 놓치지 말고 이리로 와. 다들 있어. 네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모두 여기 있어.

 

 

카즈키 : 달리, 아무것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섬에도.

 

마야 : 어째서 살아남은 게 자신인지는……생각하고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고.

 

켄지 : 지금까지의 내 모든 게 하나씩 부서져서 사라져 간다.

 

카논 : 선택할 것은 싸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싸우는가이다.

 

후미히코 : 그 이외의 길 같은 건 없었다. 그때, 그것이 나타날 때까지는.

 

카즈키 : 사이렌.

 

마야 : 적.

 

켄지 : 가기로 결정했다.

 

카논 : 모두가 마음을 정했다.

 

후미히코 : 그때 그것이…….

 

 

(츠바키 MONO)

 

그녀가 나타났다. 먼 옛날에 한 번은 잃어버린 희망. 커다란 흐름 속에서 돌고 돌아 태어난 존재. 답은 먼 옛날의 과거부터 기나긴 시간을 들여 섬으로 돌아왔다. 우리면서 우리가 아닌 것. 그들이면서 그들이 아닌 것. 나와, 타츠미야 섬의 코어와 통하는 존재. 마카베 아카네의 의지를 잇는 이가 이 마지막 때, 마지막 행방을 가리켰다. 희망……. 우리와 그들을 잇는 최후의 것. 내가……나라는 마음을 갖기를 선택한 이유. 그 답이 나타났다. 내가 여기 살아 있었다는, 내가 확실히 여기 있었다는 마지막 증거가.

 

 

카논 : 적이 사라졌어.

켄지 : 코요가 가버렸어.

마야 : 그 두 사람이 섬을 지켜줄 거야.

카즈키 : ……!

마야 : 카즈키 군?

카논 : 카즈키.

켄지 : 야, 어디 가?

카즈키 : 아빠한테……다녀올게.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

후미히코 : 페스툼의 소멸은 확인했겠지? 음. 미나시로 츠바키의 의식이 돌아오는 대로 불러주게. 위장경면을 재개하고 변경 속도로 섬을 전진시켜. 새로이 들어온 데이터의 해석을 서두르도록.

카즈키 : 아빠.

후미히코 : 카즈키.

카즈키 : 저기……엄마는?

후미히코 : 틀렸어. 그건 아카네가 아니다. 네 엄마는 이미 없어.

카즈키 : 응. 하지만…….

후미히코 : 다만, 마음은 지금도 살아있다. 그녀가 대화하려던 상대, 그리고 우리 자신과 함께. 그저 그뿐이다.

카즈키 : 응.

후미히코 : 그저 그뿐인 걸 여태껏 찾아내지 못했어.

카즈키 : 아빠……나…….

후미히코 : 너희는 알비스 안에서 대기해라. 지금 토오미 선생이 메디컬 데이터 해석에 임하고 있다. 너희의 신체 데이터가 필요해지겠지. 너희를 구하기 위해서.

카즈키 : 응. 알았어. ……아빠, 잠깐만. 나……미안.

후미히코 : 카즈키. 내가 엄마를 잃었을 때 너랑 같은 기분이었을 거라고 했지?

카즈키 : 응.

후미히코 : 확실히 그때의 나한테는 지금의 네가 다루는 그런 무기가 무엇 하나 없었다. 적을 멸망시키기는커녕, 제대로 된 저항할 무기조차……. 하지만 틀렸어. 내게도 지금의 너한테는 없는 게 있었지. 네 엄마가 내게 맡긴…….

카즈키 : 그건……?

후미히코 : 중요한 데이터 해석이 끝나는 대로 미팅을 할 거다. 너희도 출석하도록 동료들에게도 전해둬라.

내게는 네가 있어줬단다, 카즈키.

 

 

 

 

 

마야 : 카즈키 군!

카논 : 카즈키, 파일럿은 메디컬 룸에 집합이야.

마야 : 우리의 현재 데이터가 필요하대.

켄지 : 야, 카즈키. 걷기 힘들면 업어줄까?

카즈키 : 아니. ……다들, 기다려준 거야?

켄지 : 그야……동료니까. 두고 가는 게 좋으면 그렇게 말하든가.

카즈키 : (웃음) 딱히 그런 건 아냐.

마야 : 있잖아, 아버지는……어떠셨어?

카논 : 동요하는 거 아니야? 그런 일이 있어서. ……저기, 너도.

카즈키 : 엄마는 이제 없어.

켄지 : 카즈키.

카즈키 : 하지만 마음은 살아 있어.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아빠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마야 : 응.

카논 : 맞아.

켄지 : 그렇지.

마야 : 가자. 우리 엄마가, 데이터를 확인하는 동안 식사할 수 있게 해준대.

켄지 : 헤헤……살았다. 실은 계속 제대로 된 걸 못 먹었거든.

카논 : 카즈키?

카즈키 : 응?

카논 : 왜 그래, 멍하니.

카즈키 : 아냐.

켄지 : 카즈키, 어떻게 할래?

마야 : 가자, 카즈키 군.

카즈키 : 응. ……갈게. 나도……모두와 함께……갈게!

 

 

마야 : 확실한 건, 이게 전부 끝이 아니라는 것.

 

켄지 :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 속에서도

 

카논 : 많은 이를 잃은 아픔 속에서도

 

카즈키 : 분명……희망은 이어져 갈 거야.

 

마야 : 그저 믿고 있어. 절대 잃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켄지 : 어떤 때라도 반드시 그걸 찾아낼 수 있다는 걸, 믿고 있어.

 

카논 : 비록 거듭 놓치더라도, 반드시 다시 한 번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믿어.

 

카즈키 : 계속 믿는 것. 그게, 지금 여기 있다는 거야.

 

 

츠바키 : 당신은 거기 있나요?

 

 

 

 

 

Drama CD 창궁의 파프너 GONE/ARRIVE

 

마카베 카즈키 : 이시이 마코토

토오미 마야 : 마츠모토 마리카

카논 멤피스 : 코바야시 사나에

콘도 켄지 : 시라이시 미노루

미나시로 츠바키 : 나카니시 타마키

마카베 후미히코 : 타나카 마사히코

 

 

https://www.melon.com/song/detail.htm?songId=31765904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서비스 중입니다:D)

 

 

 

창궁의 파프너 BGM&드라마앨범 II -NOW HERE-

 

각본 : 우부카타 토우

 

 

 

(전화벨 소리)

 

소우시 : 네.

카즈키 : 소우시? 난데…….

소우시 : 카즈키구나. (웃음) 왜 그래? 또 섬을 나가고 싶어졌어?

카즈키 : 너……아직도 화났어?

소우시 : 파일럿의 심정을 배려했을 뿐이야.

카즈키 : 내가 그런 생각 안 한다는 거, 시스템으로 알고 있을 거면서.

소우시 : 시스템만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무슨 고생이겠어.

카즈키 : 그건……그렇지만.

소우시 : 그래서? 용건은?

카즈키 : 오늘 있었던 재판 일로.

소우시 : 재판이 아니라 ‘토오미 마야의 파일럿 적성 데이터에 관한 사문위원회’야. 알다시피 용의자 없음. 다만 토오미 가(家) 전원이 감시 프로그램 없이는 어떤 데이터도 다룰 수 없게 됐어. 그래봤자 근무 기록을 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도의 감시지만.

카즈키 : 토오미는……싸우는 거야?

소우시 : 훈련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마도…….

카즈키 : 소우시, 토오미를 전투에서 제외할 수 없을까?

소우시 : 뭐?

카즈키 : 토오미뿐만 아니라, 전원……. 사쿠라도 켄지도 마모루도.

소우시 : 너 혼자 싸우겠다는 거야?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알아?

카즈키 : 마크 자인이라면 무리가 아닐 거야. 그러다 만약 내가 적에게 당하면 쇼코 때처럼 소문을 흘려도 돼. 그러니까 부탁해!

소우시 : ……알고 있었어? 내가…….

카즈키 : 토오미에게 들었어. 네가 쇼코와 코요의 싸움을 마음속으로는 좋게 평가하고 있다고. ……부탁해, 소우시. 내가 싸울게. 이 이상 싸우는 녀석을 늘리지 말아줘!

소우시 : 무섭지는 않아? 너 혼자서.

카즈키 : 내가 싸울 때, 시스템 안에는 네가 있어. 무섭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지.

소우시 : 너에게는 내가 무슨 신이라도 돼?

카즈키 : (웃음) 그 비슷한 걸지도.

소우시 : 그만둬. 나도 전능하진 않아. 책임질 수가 없어.

카즈키 : 응? 부탁해. 토오미를 파일럿으로 삼지 말아줘.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소우시!

소우시 : ……약속은 못 해.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해 볼게.

카즈키 : 고마워, 소우시.

 

 

(전화벨 소리)

 

카즈키 : 네, 마카베입니다.

마야 : 카즈키 군? 토오미인데, 오늘 있었던 재판 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서.

카즈키 : 아니, 난 소우시가 알려준 대로 한 것뿐이야.

마야 : 아니, 다들 도와준 거지. 게다가 나도 파일럿이 되니까 잘 부탁한다고 모두에게 전화하는 거야.

카즈키 : 모두에게, 전화……? 어째서. 파일럿이 되는 게 무섭지 않아?

마야 : 무서운 것투성이야. 나,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말 안했지만, 번츠 벡에 타는 것도 무서워. 그런 게 섬에 있는 게 이상하다고 계속 생각했어. 이렇게 되기 전의 세계가 진짜고 지금 일어나는 일은 전부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해서 변하는 걸 겁내고 있었어.

카즈키 : 토오미는 그러면 돼! 그러니까…….

마야 : 으응, 나도, 쇼코처럼 싸우고 싶어.

카즈키 : ……쇼코……처럼?

마야 :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처음으로 번츠 벡에 타는 게 무섭지 않아졌어. 고마워, 카즈키 군. 우리 가족을 지켜줘서. 나도, 싸울 거야.

카즈키 : 그럴 수가. 어째서. 토오미가 싸울 필요 따윈……!

마야 : 내가 싸우니까 엄마도 언니도 아무에게도 비난받지 않는 거야.

카즈키 : 그렇지 않아……. 토오미는 가족을 위해 파프너에 타겠다는 거야?

마야 : 그래. 카즈키 군은 누굴 위해 타고 있어?

카즈키 : 난……누굴 위해서도 아냐. 결국 날 위해서 타는 거나 마찬가지야. 틀림없이.

마야 : 그게 카즈키 군에게 중요한 일이라서야. 저기, 미안, 카즈키 군.

카즈키 : 어?

마야 : 아직 모두에게 전화를 다 못 했어. 오늘 안으로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서.

카즈키 : 아, 어.

마야 : 고마워. 내일 다시 계속 얘기하자.

 

 

(전화벨 소리)

 

카즈키 : 네, 마카베입니다.

소우시 : 나야. 유감스런 소식이 있어. 토오미의 훈련실시가 결정됐어. 모레 실시될 예정이야.

카즈키 : 그럴 수가……. 소우시! 파일럿이 많은 편이 좋은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소우시 : 진정해! 나도……가능하면 토오미가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으면 해.

카즈키 : 어? 너도?

소우시 : 그녀는 뛰어난 관찰력으로 남의 본심을 꿰뚫어보는 힘이 뛰어나. 하지만 그건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하는 요인도 될 수 있어.

카즈키 : 거부? 토오미가? 무슨 뜻이야?

소우시 :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은 자기를 이렇게 봐줬으면 좋겠다, 자기는 이래야 한다 같은 자기주장 위에 성립돼 있어.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카즈키 : 그게 전투랑 무슨 관계가 있는데?

소우시 : 예를 들어, 공포를 억누르고 싸우는 사람에게 ‘넌 실은 공포로 가득 차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어? 자기는 괜찮다고 자기를 타이르고 있는 상대에게 ‘넌 괜찮지 않다’고 하면? 순식간에 공황상태가 돼.

카즈키 : 토오미가 그런 식으로 모두를 혼란시킨다는 거야?

소우시 :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만. 그녀의 변성의식 테스트 결과, 알려 줄까?

카즈키 : ……어.

소우시 : 얼음 같아. 기계처럼 냉정하고 동정이란 게 전혀 없어.

카즈키 : 그, 그래도 그건 그냥 변성의식이고.

소우시 : 그래. 딱히 그녀의 본성 같은 건 아니야. 하지만 전투 시에 그런 의식으로 변하는 건 확실해. 결코 패닉을 일으키지 않는 대신, 패닉을 일으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의 약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의식으로.

카즈키 : 하지만 본심을 꿰뚫어본다는 건 중요한 거 아니야?

소우시 :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전투 시에 그런 행동을 했다가는 수습할 수 없게 돼.

카즈키 : 어쩌면 좋지. 이대로 토오미를 파프너에 태울 거야?

소우시 : 현 단계에서 그녀를 전투에서 제외하려면 파일럿으로서 부적절한 사상의 소유주라는 근거가 필요해. 나로선 그걸 못 찾겠어.

카즈키 : ……소우시, 토오미는 쇼코처럼 싸우고 싶다고 했어.

소우시 : 뭐? 정말이야?

카즈키 : 쇼코처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섭지 않아진다고. 그건…….

소우시 : 자폭전술에 대한 원망이 있는지도 몰라.

카즈키 : 그건 잘못된 거지? 그래서 너는 섬 사람들이 쇼코에게 악의를 품고 있다고 우리더러 생각하게 한 거잖아.

소우시 : ……그래. 좋아. 네 소견을 근거로 보고서를 만들어서 토오미를 전투에서 제외하도록 제안할게. 그래도 안 되면 난 손쓸 도리가 없어. 이 이상의 권한을 가진 이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카즈키 : 소우시, 부탁하고 싶은 상대가 한 명 있어.

소우시 : 뭐? 카즈키, 그건…….

카즈키 : 미나시로 츠바키에게 부탁하고 싶어. 토오미가 싸우지 않게 하도록, 다른 모두가 파프너에서 내리게 하도록……. 가능해?

소우시 : 모르겠어. 카즈키, 그거야말로 나로선 판단도 할 수 없어. 츠바키는 섬 그 자체야. 이 대화도 츠바키에게는 다 새어나가. 츠바키가 어떻게 판단할지…….

카즈키 : 들리는 거구나. 이 대화.

소우시 : 그래.

카즈키 : 넌, 토오미 재판 때도 도와줬어.

소우시 : 뭐야, 카즈키!

카즈키 : 부탁해! 너한텐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전투에 익숙해지기 전에 적에게 당할지도 몰라! 더는 누군가가 사라지는 건 싫어! 부탁해!

소우시 : 그만해, 카즈키! 츠바키가 회선에 끼어드는 짓을 할 것 같아? 섬이 위기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그 녀석은 누구에게도 전화 한 통 걸지 않아! 이 섬 사람들의 생활을 어지럽히는 결과로 이어질만한 짓, 그 녀석은 절대로 안 해! 섬의 코어로서 공평성을 잃을 만한 짓은 결코…….

카즈키 : 소우시, 어떻게 하면 그 애랑 얘기할 수 있어? 알려줘! 부탁이야!

소우시 : ……내가 부탁해 볼게. 설령 츠바키가 거부해도 그 녀석을 원망하지 말아줘. 그 녀석은…….

카즈키 : 나도 알아. 이건 전부 내 고집이야.

소우시 : 아니, 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지. 만약 토오미가 실전에 참가하게 될 경우 그녀를 가능한 한 전선에서 물릴게.

카즈키 : 미안해.

소우시 : 괜찮아. 나도 두 번 다시 미숙한 파일럿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아.

 

 

(전화벨 소리)

 

마야 : 네, 토오미입니다.

소우시 : 미나시로인데.

마야 : 미나시로 군? 나도 방금 전화하려던 참이야. 내 욕하고 다녔지?

소우시 : 욕? 설마……오늘 제출한 보고서 얘기야?

마야 :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쇼코 때처럼 날 욕하고 다닐 셈이야?

소우시 : 자, 잠깐만. 난 소견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을 뿐이야. 결코 유언비어 같은 게 아니야. 대체 누구야? 그런 정보를 너한테 전한 게.

마야 : ……언니.

소우시 : ……너희 언니는 질릴 줄도 모르는 건가? CDC의 정보를 멋대로…….

마야 : 미나시로 군, 날 파일럿으로 삼지 않는 게 좋다고 썼지. 나도 알아. 미나시로 군이 날 싫어하는 거.

소우시 : 싫어하는 건 아니야.

마야 : 별로 상관 없어. 나 자주 미움 받으니까. 전에도 사쿠라에게 미움 받았고.

소우시 : 미움 받아? 네가? 왜.

마야 : 몰라. 뭐든 거침없이 말해서 그럴 거라고 언니가 그랬어. 미나시로 군의 보고서에도 그렇게 쓰여 있었다고.

소우시 : 기다려 봐! 네 인격을 부정할 생각은 없어. 오늘 전화한 건, 훈련을 받기 전에 실전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야.

마야 : 어차피 나한테 겁줘서 파일럿이 못 되게 할 생각이잖아.

소우시 : ……왜 그렇게 생각해?

마야 : 거봐, 역시. 그런 건 금방 알 수 있어.

소우시 : 넌……사쿠라에게 미움 받은 게 아니야. 아마 널 무서워했을 뿐일 거야.

마야 : 그게 뭐야. 미나시로 군은 왜 내가 파일럿이 안 됐으면 좋겠어?

소우시 : ……하자마 쇼코에 대한 이입이 강해서야. 그녀처럼 싸우고 싶다고 카즈키에게 말했다면서. 너도 알 거야. 그녀가 취한 수단은…….

마야 : 미나시로 군도 카즈키 군도 착각하고 있어. 심한 착각…….

소우시 : 뭐?

마야 : 쇼코가 죽고 싶어서 죽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런 식으로 죽었다고 생각하려 해.

소우시 : ……!

마야 : 그럴 리 없잖아! 당연히 살고 싶었겠지! 우리랑 같이 살고 싶었을 게 뻔하잖아! 뭘 착각하는 거야?

소우시 : 그럼 넌…….

마야 : 안 죽을 거야, 나. 절대로. 그럴 것이 쉽게 죽어버리면 쇼코한테 미안하잖아. 혹시 언니가 날 지켜주지 않았다면, 난 쇼코보다 먼저 싸웠을지도 몰라. 죽은 게, 쇼코가 아니라 나였을지도 몰라!

소우시 : 속죄하기 위해서야? 네가 싸우는 이유는.

마야 :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그런 게 아니야.

소우시 : 가장 중요한 것? ……그게 뭔데.

마야 : 직접 생각해봐.

소우시 : 뭐라고?

마야 : 나도 싸우는 건 무섭다는 뜻이야!

 

 

(전화벨 소리)

 

소우시 : 여보세요? 토오미야? ……넌 대체 무슨 말을 하려했던 거야?

츠바키 : 마야는 지금, 카즈키에게 전화하는 참이야, 소우시.

소우시 : 츠바키?

츠바키 : 그치만 카즈키는 지금 알비스에 있으니까 연결이 안 되고 있어. 가엾지만, 마야에게는 냉정해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일지도.

소우시 : 왜 회선에 끼어들었어? 츠바키.

츠바키 : 너라서 그래, 소우시. 다른 사람한테는 안 해.

소우시 : ……그래.

츠바키 : 카즈키랑 마야에게 맡겨둬. 답은 이미 나왔으니까. 남은 건 두 사람이 선택하는 것뿐.

소우시 : 답……. ……난……그들에게 너무 개입하는 걸까? ……좀 더 거리를 둬야 할지도 몰라.

츠바키 : 카즈키가 언제 또 섬을 나가버릴지, 불안한 걸까? 소우시는.

소우시 : ……그래서……난 카즈키 말대로 하려 하고 있어. 그런 거야? 츠바키.

츠바키 : 마음이 조금 앞으로 나아간 거야, 소우시. 카즈키도 소우시가 자기를 이해하려 하는 게 기쁠 뿐. 하지만 답은 다른 곳에 있어. 그뿐이야, 소우시.

 

 

(전화벨 소리)

 

카즈키 : 마카베입니다.

마야 : 카즈키 군? 토오미야.

카즈키 : 토오미.

마야 : 카즈키 군이지? 미나시로 군에게 날 파일럿으로 삼지 않는 게 좋다고 한 거.

카즈키 : 아, 그건…….

마야 : 나, 없는 편이 나아?

카즈키 :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나……싸우길 바라지 않아. 토오미도, 다른 사람도……더는…….

마야 : 쇼코도 카스가이 군도, 싸우고 싶었던 게 아니야.

카즈키 : 그럼, 어째서 토오미는 그러는 건데?

마야 : 카즈키 군이랑 똑같아! 그래야 하니까! 싸울 이유는 나중에 얼마든지 갖다 붙일 수 있잖아. 그런 걸 중요시하니까 싸우는 걸 멈출 수 없게 되는 거잖아.

카즈키 : 그런 거라니. 그럼, 중요한 게 뭔데? 싸울 이유도 없이 어떻게 싸울 수 있어?

마야 : 카즈키 군은 다른 모두가 없어도 괜찮아?

카즈키 : 그래. 그 기체라면 나 혼자라도.

마야 : 미나시로 군이 없어도?

카즈키 : ……소우시가? 아니, 그건…….

마야 : 거봐, 역시 그렇잖아. 나도 그래!

카즈키 : 그렇다니. 무슨 뜻이야!

마야 : 나 혼자가 아닌걸. 카즈키 군도 미나시로 군도 있는걸!

카즈키 : ……!

마야 : 사쿠라도 콘도 군도 코다테 군도 있는걸. 나 혼자라면 무서워서 못 견뎠을 거야.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가고 싶지 않아. 카즈키 군도 그렇잖아? 섬을 나간 것도 미나시로 군을 알고 싶어서였잖아!

카즈키 : 토오미에게 중요한 건…….

마야 : 왜 싸우는가보다 어째서 싸울 수 있는가. 모두가 있으니까 싸울 수 있어.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나한테 아무것도 없어. 내가 있게 해줘, 여기에…….

카즈키 : 난……그냥, 다들 위험한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해서…….

마야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들 모두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카즈키 : 다들……?

마야 : 쇼코한테 사과해! 쇼코도 여기 있고 싶었을 게 뻔하잖아……!

카즈키 : 미안…….

마야 : 전부 당연한 일인데……어째서 그렇게 몰라주는 거야…….

 

 

(전화벨 소리)

 

카즈키 : 네, 마카베입니다.

츠바키 : 안녕, 카즈키.

카즈키 : 넌…….

츠바키 : 이건 사실 하면 안 되는 일이야. 소우시한테는 비밀이다?

카즈키 : 아, 응.

츠바키 : 네가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들었는데.

카즈키 : 그건……아니, 잘 모르게 됐어. 넌……나랑 토오미의 대화, 들었지?

츠바키 : 글쎄……. 그걸 나한테 묻는 건 규칙위반, 일 거야.

카즈키 : 아, 미안. 나……줄곧 왜 싸우는지만 생각해서, 어째서 싸울 수 있는지는 생각도 못 해봤어. 토오미 얘길 듣고, 난…….

츠바키 : 가장 가까운 답이니까, 스스로 찾기 어려운 거야. 하지만 지금은 보이지?

카즈키 : 응. 아마도.

츠바키 : 다행이다. 이제 난 필요없겠네.

카즈키 : 아마……너한테 폐를 끼치진 않을 거야.

츠바키 : 폐가 아니야. 너랑 이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기쁜 일이야. 의지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다시는 해선 안 되는 짓이야. 미안, 카즈키.

카즈키 : 아니, 나야말로……고마워.

츠바키 : 다들 사이좋게 지내, 카즈키.

 

 

(전화벨 소리)

 

소우시 : 네, 미나시로입니다.

마야 : 나야, 토오미.

소우시 : ……무, 무슨 일이야. 카즈키하고는 얘기했어?

마야 : 응. 좀 세게 말해버려서. 카즈키 군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줄래?

소우시 : ……왜 내가.

마야 : 부탁할 수 있는 게 미나시로 군뿐이니까. 저기, 하나만 알려줬으면 하는 게 있어.

소우시 : 답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게 있어.

마야 : 대답 안 해줘도 돼. 들어주기만 해도 되니까. 있잖아, 카즈키 군의 파일럿으로서의 데이터……만약 미나시로 군이 조작할 수 있었다면 내 것처럼 바꿔쳤을까?

소우시 : ……! 마, 말도 안 돼!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야 : ……역시 그렇구나. 고마워.

소우시 : 고맙다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넌.

마야 : 내일 있을 훈련 전에 그것만은 알고 싶었거든. 조금 안심했어.

소우시 : 잠깐만. 난 아무 대답도 안 했어.

마야 : 나도 알아. 아, 그러고 보니 미나시로 군에게는 아직 안 했네, 인사.

소우시 : 인사?

마야 : 앞으로 같이 싸우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소우시 : ……너, 넌 적성훈련도 안 받았어. 아직 어떻게 될지…….

마야 : 카즈키 군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

소우시 : 무슨……. 직접 말해.

마야 : 부탁해. 그럼, 잘자.

 

 

(전화벨 소리)

 

카즈키 : 마카베입니다.

소우시 : 나야. 방금 토오미에게서 연락이 왔어. 너한테 전언이야. ‘말이 심해서 미안.’이래.

카즈키 : ……어, 응. 알았어.

소우시 : 나 참, 내가 왜 이런 전언을…….

카즈키 : 미안.

소우시 : 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그래서, 토오미랑 어떤 얘길 했어?

카즈키 : 우리가 있으니까 싸울 수 있다고……그게 제일 중요하대.

소우시 : 우리가……있어서?

카즈키 : 토오미는 너랑도 얘기했지? 뭐랬어?

소우시 : ‘절대 죽지 않아. 그게 하자마 쇼코처럼 싸운다는 의미’라고 해.

카즈키 : 그렇구나……. 내가 착각하고 있었네.

소우시 : 카즈키, 유감스런 소식이 있어. 마크 자인의 기능을 대폭 제한하기로 결정됐어. 지금 이대로는 힘이 너무 강해서 다른 기체를 말려들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야.

카즈키 : 그럼, 나 혼자 싸우면?

소우시 : 아무리 시뮬레이션해도 섬의 모든 방위를 너 혼자 커버하는 건 불가능했어. 미안하지만……네 부탁대로는 할 수 없게 됐어.

카즈키 : ……나, 그걸 타면 전부 해결되지 않을까……그렇게 생각했어. ……저기, 소우시. 너에게는 결국 나도 토오미도, 그냥 전력 중 하나지?

소우시 : ……그래. 이 이상 누군가를 편들 수는 없어. 너도.

카즈키 : 소우시는, 그러면 돼. 그걸로 충분해.

소우시 : 뭐?

카즈키 : 그 이상을 너한테 요구하는 짓은 이제 안 할 거야. 넌 잔혹한 것 같은 게 아니야. 그저, 나랑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을 뿐이야. 그걸 잊어서 미안해.

소우시 : 아냐.

카즈키 : 소우시, 넌 어째서 싸울 수 있는 거야?

소우시 : 나 혼자서는……싸울 수 없어. 파일럿이 있기에 비로소 싸울 수 있는 거지.

카즈키 : 다들 똑같구나. 우연히 난 이 섬에 있고, 곁에 네가 있었어.

소우시 : 카즈키…….

카즈키 : 고마워, 소우시. ……토오미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주지 않을래?

소우시 : 뭐라고? 왜 내가.

카즈키 : 파일럿은 모두 널 통해 이어져 있잖아.

소우시 : 그건 전투에서 말이지! 일상에서까지 어떻게 뒤치다꺼리해!

카즈키 : 이제 무리한 소린 안 할게. 마지막으로 응석부리는 거니까, 부탁해. 그럼 내일 봐.

소우시 : 잠깐만, 직접 말해! 나 참, 이놈이고 저놈이고 나한테……야, 카즈키. 카즈키!

 

 

마야 : 나에게는 당신이 있었다.

 

카즈키 : 나에게는 그 녀석이 있었다.

 

소우시 : 나에게는 그들이 있었다.

 

츠바키 : 모두가 있기에 나도 있어. 그게 여기 있다는, 한 가지 답.

 

 

마야 :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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