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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CD 창궁의 파프너 Vol. 2 GONE/ARRIVE
Ⅰ
(츠바키 MONO)
동료, 가족, 아군, 같은 고향을 가진 이들.
하지만 대부분 잃어버렸다.
섬은 더는 예전의 섬이 아니게 되고, 모두가 끝없는 싸움 속에 있었다.
Ⅱ
(카논 MONO)
여기에 없다.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 그것이, ‘없다’는 것. 사쿠라가 없어. 마모루가 없어. 소우시가 없어. ……미치오가 없어. 많은 이가 없어. 다들……없어져버렸어. 그런데 난 아직 여기에 있어. 미치오……, 카즈키도 마야도 싸울 생각이야. 나 자신도. ……북극. 설령 돌아올 전망이 없는 싸움이라도, 그밖에 더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흙을 짓이기는 소리)
카즈키 : 흙. 페스툼의 몸과 같은 것. 모두를……소우시를……빼앗은 것.
(문 열리는 소리)
후미히코 : 카즈키.
카즈키 : 아빠.
후미히코 : 처음……이구나. 네가 내 작업 도구를 만지는 건.
카즈키 : 응……. 아빠, 알비스에 있는 거 아니었어?
후미히코 :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왔지. 그리고……네 상태를 보러 왔다.
카즈키 : 응…….
(물레 돌리는 소리)
카즈키 : 봐, 아직 움직여. 내 몸. 사쿠라처럼 될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 아빠.
후미히코 : 카즈키, 넌 더는 파프너에는…….
카즈키 : 소우시가 그랬어! 인류군의 작전에 참여할지도 모른다고.
후미히코 : 카즈키.
카즈키 : 아빠, 아빠 같은 어른들이 만든 페스툼을 쓰러뜨리기 위한 무기는, 분명 생각 이상으로 우리의 전부가 됐어.
후미히코 : ……!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그래서 인류군의 무모한 작전에 참여하게 해달란 말이냐.
카즈키 : 그치만……그 외에 다른 수가 없잖아!
후미히코 : 카즈키!
카즈키 : 아빠도, 엄마를 잃었을 때는 같은 기분이었잖아!
후미히코 : ……!
카즈키 : 하지만 아버지한테는 적을 쓰러뜨릴 힘이 없었어. 나한테는 있어! 파프너가 있어!
후미히코 : 아니다. 카즈키, 난…….
카즈키 : 그놈들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날 키웠잖아! 아빠!
후미히코 : 그만두지 못하겠냐! 두 번 다시 그 소리 꺼내지 마!
카즈키 : …….
후미히코 : 애초에 너랑 마크 자인을 결전에 투입하면, 어떻게 섬을 지켜!
카즈키 : 토오미랑 카논이 있어. 게다가……켄지도. 걔들이 섬을 지키겠지.
후미히코 : 무슨 근거로, 전선에서 도망친 놈까지 다시 파프너를 탈 거라고.
카즈키 : 켄지한테 뭐가 남아 있는데! 사쿠라도 마모루도 없어. 그 녀석 엄마까지 없어졌지. 지금의 그 녀석한테 달리 뭐가 있어! 조만간 자기가 먼저 태워달라고 할 거야!
후미히코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카즈키 : 아빠도 알잖아?! 알고 있을 거잖아?! 가게 해줘, 아빠! 제발! 아직 몸이 움직이는 동안! 내가 사쿠라처럼 되기 전에! 나 혼자서 북극에 갈 거야!
후미히코 : 그만해라. 카즈키.
카즈키 : 점점, 몸이 안 움직여져. ……조만간 눈도 안 보이게 되겠지. 아무 생각도 못 하게 될 거야. 얼마 안 가서 난……산 채로 다른 뭔가가 돼……! 내가 없어지는 거야, 아빠!
후미히코 : ……. 곧 토오미 선생이 너희를 구할 방법을 찾아낼 거다. 그때까지…….
카즈키 : 안 늦을 것 같아?! ……제발, 아빠……. 내가 나인 동안에, 내가 싸우게 해줘! 부탁이야……! 보내줘! 나 혼자 가게 해줘!
후미히코 : ……카즈키, 난…….
카즈키 : ……섬의 싸움을 결정하는 사람이야. 아빠는, 지금 이 섬에서 우리한테 싸우라고 명령해줄 단 한 사람이야! 그렇잖아……아빠…….
후미히코 : ……맞다, 카즈키. 내가, ……너희를 보내지. 싸움을 바라는 자들을 전부.
카즈키 : 아빠…….
후미히코 : 섬의 복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그 뒤에 내가……널 북극으로 보낼 준비를 해주마.
카즈키 : ……. 고마워, 아빠.
후미히코 : 손의 진흙을 씻어내. 그 이상 마르기 전에. 그대로 두면……흙을 못 지우게 된다.
카즈키 : 응.
마야 : 쓸쓸한 바람. 요전까지 온 섬에 꽃이 피었는데. ……나무도 꽃도 벌레도 죽은 후의 고요한 바람. ……파도가 심해. 섬 일부가 없어진 탓이야. 섬 주변에 온통 저렇게 거친 파도가 쳐. 그런데 내 주위만……잔잔한 느낌. ……나, 알고 있어. 파프너를 타면 나한테서 슬픔도 쓸쓸함도 사라진다는 거. 쇼코가 죽었을 때도……그랬을까? 슬픔을 지우고 싶어서. ……나, 이렇게나 파프너를 타고 싶어 해. 있잖아, 아빠. 아빠도 죽었지? 아빠는 페스툼이랑 뭐가 달랐어? 난……페스툼이랑 뭐가 다르지……?
켄지 : 온 집이……엉망진창이야. 우리집, 내 방, 부엌, 거실, 식탁, 욕실. ……어딜 봐도 내가 모르는 곳 같아. ……엄마 방. 작업도구가 전부 바닥에 떨어져 있어. 엄마가 보면 화내겠지. 평화로운 곳, 안전하고 따뜻한 곳. ……결국 나에겐, 그게 제일 소중했어. 하지만 전부 사라져버렸어. 있잖아, 마모루. 나 어떡하지? 사쿠라……. 함께 있어줘. ……누군가, 내 곁에 있어줘. 나……더이상 어디에도 있을 수 없어…….
후미히코 : ……처음이다. 저 녀석이, 저런 식으로 나한테 부탁하는 건. 아주 어릴 때부터 한 번도 저런 식으로는……. 용서해……. 난 저 녀석을, 가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보낼 거야. 그 이외의 길을 나 자신이 갖고 있지 않아……. 아카네…….
Ⅲ
(츠바키 MONO)
희망을 찾아서, 모두가 그와는 다른 길로 걸어가버려. 진짜 답은 아직 막 눈을 떴을 뿐.
빨리, 빨리 와줘. 섬으로 돌아와.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마야 : 카논! 늦어서 미안!
카논 : 아냐, 나야말로 끌어들여서 미안해. 노퉁 모델을 타려면 누군가와 함께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들어서.
마야 : 사과할 거 없어. 우리 파프너는 서로의 마음을 아는 게 중요하니까.
카논 : 마음…….
마야 : 자, 들어가자. 하자마 선생님이 준비해주셨어. 아, 안에 들어가면 서로를 찾으라는 말 들었어?
카논 : 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지만, 해볼게.
마야 : 나도 어떻게든 카논을 찾아볼게.
카논 : 부탁해.
(해치가 닫히는 소리)
마야 : 역시, 변하지 않았어, 내 마음……. 안개만 잔뜩이고 아무도 안 보여.
잔잔한 수면. 그 너머에 내가 비치고 있어. ……응? 다른 사람도 많이 비치고 있어. 카즈키 군, 카논, 콘도 군……모두의 모습이. 쇼코도 있어. 카스가이 군, 사쿠라, 코다테 군도 있어. 모두……날 보고 있어. 섬 사람들. 엄마, 언니, 미치오 씨. 저쪽에는, 아빠. 전부 거울 너머에 있는 것 같아. 여기 있는 내가 갇혀 있는 것 같아.
……뭐지? 위에서, 빛이……. 불? 손바닥만한 불이 타면서 내려오고 있어. 눈부실 정도로 새빨갛고 아름다운 불. ……뭐야? 불꽃이 안개 너머로……오라는 건가?
카논 : 캄캄한 바다. 반쯤 가라앉은 배 위에 있어. 새빨간, 나무로 만들어진 낡은 배. 불이 눈앞에 켜져 있어.
그런가. 바발론(Babalon)……. 더는 움직이지 않는 내 기체가……이 배구나. 어두운 바다를 부서진 배로 떠돌고 있는……이게 내 마음. 불길한 풍경이야. 이걸……마야가 보게 되는 건가.
……뭐지? 바다 위에 불이 나타났어. 저쪽에도……빨간 불 무리가, 점점 늘어가. 저쪽의 불 하나가 다가오고 있어. ……따뜻해. 마치, 이건…….
아, 아냐. 그래. 난 알고 있어. 이건……이 불은……미치오?
마야 : 안개가 걷혔어. ……배? 굉장해. 불이 엄청나게 많아. 어? 잠깐.
카논 : ……너, 너야? 미치오?
마야 : ……좀만 더……. 하〜올라왔다.
카논 : 마, 마야!
마야 : 아, 역시 카논이 있었네.
카논 : ……서, 설마 타고 오른 거야?
마야 : 응. 여기 저기 구멍이 나 있어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기에. ……카논? 왜 그래?
카논 : 아, 아무것도 아냐.
마야 : ……불이 정말 많다. 예뻐.
카논 : 야곱의 불이야.
마야 : 응?
카논 : 성서에 나와. 죽은 자의 영혼이 불이 되어 밤바다에서 헤매는 이를 인도해.
마야 : 없어진 사람들의……불. 오봉축제의 등롱 같아. 아, 불이 바다 쪽으로 가버려. 저 불이 날 여기로 데려와줬어. 저게 누군가의……영혼이구나.
카논 : ……쇼코.
마야 : 어?
카논 : 신기해. 어째선지……저게 쇼코라는 걸 알겠어. 난, 만난 적도 없는 상대인데. 쇼코가 널 여기로 인도해줬어.
마야 : 쇼코……야……?
카논 : 가는 거야? 미치오.
마야 : 미치오……씨? 바다 쪽으로 다른 불과 함께. ……저거 하나하나가 누구의 불인지 알 수 있어?
카논 : 어. 전부. ……저기에 마모루가 있어. 저건 싸움에서 죽은 사람들이야. 저쪽에는 멸망당한 고향 사람들.
마야 : 저기……배 앞에 있는 불은 누구 거야?
카논 : …………어머니야. ……이런, 황폐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어.
마야 : 아니, 카논은……다정해.
카논 : ……?
마야 : 줄곧 기억하고 있구나. 죽은 사람들을. ……그래서 망설이지 않을 수 있어.
카논 : …………누군가가 죽는 게……당연한 날들이었어.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려 했어. 누군가가 없어지는 것도, 내가 그렇게 되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고. 하지만 모두 살아 있었어. 마음속에 살아 있었어.
마야 : 마음. ……내 바다는 있지, 언제나 안개에 싸여 있어. 그리고 수면 너머에……모두가.
카논 : 수면……너머?
마야 : 저기 파도가 없는 곳이 있지? 내가 있는 곳은 언제나 그래. 잔잔하게…….
카논 : 행복해 보여.
마야 : 어?
카논 : 모두 미소 짓고 있어. ……저게, 네 마음이야?
마야 : ……응.
카논 : 안개에 싸여 있는 건, 저기 있는 이들을 지키고 싶어서가 아닐까?
마야 : 지킨다……안개가…….
카논 : 내 고향에서는 안개가 사람을 헤매게 하는 건……거기 있는 걸 지키기 위해서거든. ……아니야?
마야 : 아니……. 맞아. 그래. 당연한 일인데. 알고 있었는데…….
카논 : 마야.
마야 : 카논, 고마워.
카논 : 응?
마야 : 페스툼에게 없고 우리에게 있는 것. 그게 이거야. 이걸 확인하고 싶어서 난, 여기 오고 싶었던 거야. 내……마음 속에.
Ⅳ
(전화벨 소리, 유리 같은 것이 밟히는 소리)
켄지 : 콘도입니다. 카나메 선생님. 네, 들었어요. 엄마가……어디서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아뇨, 카나메 선생님도 사쿠라 일로 힘드실 텐데. 알비스에 말인가요? 아뇨, 전 괜찮아요. 여기가 우리집이니까요. 여기서 움직이고 싶지 않아요. 저……계속 여기 있을게요. 엄마가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저, 싸우지 않아서 죄송해요.
(반복되는 초인종 소리)
카논 : 켄지.
켄지 : ……!
카논 : 도망치지 마. 너한테 할 말이 있을 뿐이야.
켄지 : ……카논.
마야 : 하……. 전엔 조금도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았는데. 나, 이렇게 매달려 있는 수밖에 없다니. ……이렇게 산을 오르면 아빠 등에 업혀있는 것 같았는데. 필사적으로 몸을 지탱하지 않으면 떨어질 이런 곳에서 난……. ……그렇구나. 아빤……이제 없어.
카즈키 : 토오미, 잡아.
마야 : 카즈키 군? 무, 무리야. 그런 몸으로!
카즈키 : 괜찮아.
마야 : ……영……차!
카즈키 : 토오미?
마야 : 읏차, 하아……. 미안. 마지막 정도는 혼자 오르고 싶었어.
카즈키 : 마지……막?
마야 : 응. ……안녕, 아빠.
켄지 : 날, 책망하러 왔어?
카논 : 아니.
켄지 : 그럼 날……비웃으러 왔어?
카논 : 아냐. ……네 어머니 일은 안 됐어.
켄지 : 그만둬. ……모처럼 어쩌면 돌아올지도 모른다고……생각하던 참인데.
카논 : 켄지.
켄지 : 엄마……내가 지켜야 했는데. 그런데 엄마가……날 지키겠다고…….
카논 : 우리 어머니도……그랬어. ……날 감싸다가 돌아가셨지.
켄지 : ……할 얘기란 게 뭔데?
카논 : 네 기체를 나한테 줘.
켄지 : ……!
카논 : 나한테는 싸울 무기가 없어. 반드시 잘 조종해 보일게. 그러니까 나한테 양보해줘.
켄지 : 내, 내 마크 아하트?
카논 : 내가 네 몫까지 싸워줄게. 넌 거기서……네 집을 지켜.
켄지 : 하……하하! 우리집……우리집이라고?
카논 : ……켄지.
켄지 : 보면 알잖아! 전부 엉망진창이라고! 이게 우리집일 리가 없어!
카논 : 그럼, 어째서 여기 있어?
켄지 : ……몰라! 그런 거 알 게 뭐야!
카논 : 켄지.
켄지 : ……미안.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이 없지. 내가 지키면 됐을 테니까. 내가……. ……어째서 내 건데? 파프너라면 다른 것도 있잖아.
카논 : 자기랑 같은 포지션이나 비슷한 마음이 기록된 기체 쪽이 일체화하기 쉬워.
켄지 : 비슷하다니……나랑 네가?
카논 : 어. 네게 이견이 없다면 사령관님께 기체 변경을 신청하고 올게.
켄지 : 잠깐만! 어디가 비슷한데? 나따위보다 네가 훨씬…….
카논 : 바다 위에 떠 있는 안전한 곳에 있으려는 점이야.
켄지 : 어? 바다라니?
카논 : 메디테이션 훈련 때의 바다 말이야. 너희의 과거 기록을 보여달라고 했어. 다들, 아무것도 없는데 너만 자기가 있을 곳을 만들어냈어. 내 경우는 배야.
켄지 : 배? ……네가 타는 거야? 그 기체에.
카논 :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우선 내 적성을 확인한 후에……다시 올게.
켄지 : 역시 전혀 다르잖아.
카논 : 뭐?
켄지 : 배는 움직이잖아. 산호초는……움직이려고 안 해.
카논 : ……확실히 그건 내 배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었어. 그 마음 풍경이 싸움으로 황폐해지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사쿠라를 위해서도.
(문이 닫히는 소리)
켄지 : ……내 마음. 내……. 그딴 거, 벌써 예전에 이런 꼴이야!
Ⅴ
(츠바키 MONO)
아직 잃지 않았어. 아직 우리에겐 남겨진 게 있어. 답이 다가오고 있어. 이제 조금만 더. 빨리, 빨리. 부탁이야. 망설이지 말고 와. 부디 놓치지 말고 이리로 와. 다들 있어. 네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모두 여기 있어.
카즈키 : 달리, 아무것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섬에도.
마야 : 어째서 살아남은 게 자신인지는……생각하고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고.
켄지 : 지금까지의 내 모든 게 하나씩 부서져서 사라져 간다.
카논 : 선택할 것은 싸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싸우는가이다.
후미히코 : 그 이외의 길 같은 건 없었다. 그때, 그것이 나타날 때까지는.
카즈키 : 사이렌.
마야 : 적.
켄지 : 가기로 결정했다.
카논 : 모두가 마음을 정했다.
후미히코 : 그때 그것이…….
(츠바키 MONO)
그녀가 나타났다. 먼 옛날에 한 번은 잃어버린 희망. 커다란 흐름 속에서 돌고 돌아 태어난 존재. 답은 먼 옛날의 과거부터 기나긴 시간을 들여 섬으로 돌아왔다. 우리면서 우리가 아닌 것. 그들이면서 그들이 아닌 것. 나와, 타츠미야 섬의 코어와 통하는 존재. 마카베 아카네의 의지를 잇는 이가 이 마지막 때, 마지막 행방을 가리켰다. 희망……. 우리와 그들을 잇는 최후의 것. 내가……나라는 마음을 갖기를 선택한 이유. 그 답이 나타났다. 내가 여기 살아 있었다는, 내가 확실히 여기 있었다는 마지막 증거가.
카논 : 적이 사라졌어.
켄지 : 코요가 가버렸어.
마야 : 그 두 사람이 섬을 지켜줄 거야.
카즈키 : ……!
마야 : 카즈키 군?
카논 : 카즈키.
켄지 : 야, 어디 가?
카즈키 : 아빠한테……다녀올게.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
후미히코 : 페스툼의 소멸은 확인했겠지? 음. 미나시로 츠바키의 의식이 돌아오는 대로 불러주게. 위장경면을 재개하고 변경 속도로 섬을 전진시켜. 새로이 들어온 데이터의 해석을 서두르도록.
카즈키 : 아빠.
후미히코 : 카즈키.
카즈키 : 저기……엄마는?
후미히코 : 틀렸어. 그건 아카네가 아니다. 네 엄마는 이미 없어.
카즈키 : 응. 하지만…….
후미히코 : 다만, 마음은 지금도 살아있다. 그녀가 대화하려던 상대, 그리고 우리 자신과 함께. 그저 그뿐이다.
카즈키 : 응.
후미히코 : 그저 그뿐인 걸 여태껏 찾아내지 못했어.
카즈키 : 아빠……나…….
후미히코 : 너희는 알비스 안에서 대기해라. 지금 토오미 선생이 메디컬 데이터 해석에 임하고 있다. 너희의 신체 데이터가 필요해지겠지. 너희를 구하기 위해서.
카즈키 : 응. 알았어. ……아빠, 잠깐만. 나……미안.
후미히코 : 카즈키. 내가 엄마를 잃었을 때 너랑 같은 기분이었을 거라고 했지?
카즈키 : 응.
후미히코 : 확실히 그때의 나한테는 지금의 네가 다루는 그런 무기가 무엇 하나 없었다. 적을 멸망시키기는커녕, 제대로 된 저항할 무기조차……. 하지만 틀렸어. 내게도 지금의 너한테는 없는 게 있었지. 네 엄마가 내게 맡긴…….
카즈키 : 그건……?
후미히코 : 중요한 데이터 해석이 끝나는 대로 미팅을 할 거다. 너희도 출석하도록 동료들에게도 전해둬라.
내게는 네가 있어줬단다, 카즈키.
Ⅵ
마야 : 카즈키 군!
카논 : 카즈키, 파일럿은 메디컬 룸에 집합이야.
마야 : 우리의 현재 데이터가 필요하대.
켄지 : 야, 카즈키. 걷기 힘들면 업어줄까?
카즈키 : 아니. ……다들, 기다려준 거야?
켄지 : 그야……동료니까. 두고 가는 게 좋으면 그렇게 말하든가.
카즈키 : (웃음) 딱히 그런 건 아냐.
마야 : 있잖아, 아버지는……어떠셨어?
카논 : 동요하는 거 아니야? 그런 일이 있어서. ……저기, 너도.
카즈키 : 엄마는 이제 없어.
켄지 : 카즈키.
카즈키 : 하지만 마음은 살아 있어.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아빠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마야 : 응.
카논 : 맞아.
켄지 : 그렇지.
마야 : 가자. 우리 엄마가, 데이터를 확인하는 동안 식사할 수 있게 해준대.
켄지 : 헤헤……살았다. 실은 계속 제대로 된 걸 못 먹었거든.
카논 : 카즈키?
카즈키 : 응?
카논 : 왜 그래, 멍하니.
카즈키 : 아냐.
켄지 : 카즈키, 어떻게 할래?
마야 : 가자, 카즈키 군.
카즈키 : 응. ……갈게. 나도……모두와 함께……갈게!
마야 : 확실한 건, 이게 전부 끝이 아니라는 것.
켄지 :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 속에서도
카논 : 많은 이를 잃은 아픔 속에서도
카즈키 : 분명……희망은 이어져 갈 거야.
마야 : 그저 믿고 있어. 절대 잃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켄지 : 어떤 때라도 반드시 그걸 찾아낼 수 있다는 걸, 믿고 있어.
카논 : 비록 거듭 놓치더라도, 반드시 다시 한 번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믿어.
카즈키 : 계속 믿는 것. 그게, 지금 여기 있다는 거야.
츠바키 : 당신은 거기 있나요?
Ⅶ
Drama CD 창궁의 파프너 GONE/ARRIVE
마카베 카즈키 : 이시이 마코토
토오미 마야 : 마츠모토 마리카
카논 멤피스 : 코바야시 사나에
콘도 켄지 : 시라이시 미노루
미나시로 츠바키 : 나카니시 타마키
마카베 후미히코 : 타나카 마사히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