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ixiv.net/novel/show.php?id=2065658 / こねずみ
*작가분께 번역 허락 받았습니다.
“오카무라, 여기 앉아도 돼?”
학교 식당에서 돈가스 카레 곱빼기와 소고기덮밥을 고봉밥으로 먹고 있는데 누군가 물었다.
나는 몸이 큰 데다 먹는 양이 보통이 아니라서 면목없지만 항상 2인석을 혼자서 쓰고 있다. 테이블 폭과 어깨 폭이 거의 같아서 가능하면 4인석을 쓰고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뻔뻔해질 수는 없다. 점심때의 학교 식당은 몹시 붐빈다. 그리고 외모가 모 친구와 모 후배의 말로는 인류가 진화하기 전의 동물과 흡사한지 다른 테이블이 만원이라도 말을 거는 녀석은 거의 없다.
카사마츠는 그런 내게 태연히 말을 거는 보기 드문 남자다.
“어.”
“땡큐. 리포트 제출하다 보니 늦어버려서. 이제 우동밖에 안 남았네.”
“밖에 나가면 되잖아?”
“그럼 늦어. 오후 첫 수업, 심리학 듣거든.”
“너 열심이구나.”
“이번 기회에 일반교양은 가능한 한 들어두려고.”
카사마츠는 자리에 앉아 건더기가 빈곤한 우동을 홀짝대기 시작했다.
카사마츠와는 대학 입학 후에 진행된 첫 농구부 대면식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만났다. 그전까지도 서로 전국대회에 단골로 나가는 학교의 주장이었기 때문에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대화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기소개 때 일반 조 중에서 “카사마츠 유키오입니다.”라고 이름이 나왔을 때는 온 체육관이 술렁거렸다. 왜냐하면, 나를 포함해서 추천 조 녀석은 적어도 3월 중에는 이미 대학 연습에 참가하고 있어서였다.
“카사마츠라면 카이조의……?”
“선발 베스트 4의 그 카사마츠?”
“아니 그럼 왜 일반이야? 동명이인이겠지.”
1학년 만이 아니라 상급생 사이에도 퍼진 웅성대는 공기는, 이어진 카사마츠의 “카나가와현 카이조 고교 출신, 포지션은 PG입니다.” 라는 목소리에 경악으로 변했다. “카사마츠?!” “진짜?!” “어째서?!” 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물론 나도 깜짝 놀랐지만, 장본인인 카사마츠만은 표정도 바꾸지 않고 앞을 보고 똑바로 서 있었다.
카사마츠는 그 직후의 신입생 예선으로 이뤄진 청백전에서 간단히 추천 조 안에 더해졌다.
“넌 왜 일반 조에 있었던 거야?”
청백전 이후, 나는 곧바로 카사마츠에게 물었다.
카사마츠는 나를 보고 “아아 요센의…….” 하고 고개를 든다.
“왜고 뭐고, 일반이니까 그렇지.”
“추천은?”
“안 왔으니까 일반인 건데. 너는 추천? 부럽다.”
부럽다면서도 카사마츠는 불쾌감을 주지 않는 얼굴로 활짝 웃는다.
카사마츠 급 선수에게 추천 제안이 없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수긍이 가지 않아 물어보니 카사마츠는 시원스레 인정했다.
“있었어. 하지만 나는 A대에서 하고 싶어서 말이지. 편차 치가 아슬아슬했으니까 연초부터 거의 내내 밤새워 공부했어. 덕분에 완전히 무뎌져 버렸지만 뭐, 추천 조에 섞이게 해준 걸 보면 조금은 돌아온 건가?”
확실히 A대는 현시점에서 인터칼리지도 2연패 했다. 몇 군데 권유가 있었던 대학 중에서 내가 A대를 고른 것도 그게 크다.
다만, 올해부터의 정 PG는 2학년이다. 앞으로 3년은 그 PG 중심의 팀 편성으로 갈 테니, 카사마츠에게 추천이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이리라. 뭐, 이 낌새라면 그건 이미 잘 알고 온 것 같지만.
“A 대학에 간다니까 모리야마――우리 쪽 SG였던 녀석인데――가 ‘그런 멋쟁이 학교에? 안 어울려!!’ 라는 거야. 다소 각오는 했지만, 예상 이상이라 쫄았어. 옷 같은 것도 화려하고 말이지―.”
“나도 A대라고 했더니 우리 쪽 녀석들이 ‘캠퍼스 안에 동물원 만들어?’ 라거나 ‘분명히 고릴라 연구로 유명한 교수가 있다 해’라더라고. 무라사키바라는 ‘바나나를 매일 받을 수 있어? 그럼 나도 A대 갈까―’ 이러고. 받을 것 같으냐고!”
“푸핫! 무라사키바라는 그래? 기적들은 이상한 놈들뿐이네.”
“그러고 보니 너희 쪽에도 기적이 있었지. 미남인…….”
“키세 말이지. 그 녀석도 꽤 이상해. 얼굴은 예쁜데 말이야.”
엄청 아쉬워, 하고 카사마츠가 웃었다. 나쁘게 말하면서도 말투가 부드러워서, 분명 좋은 선후배이리라고 생각되었다. 우리 쪽 녀석들은 앞에 서술한 대로라 좀 부럽다.
그런 식으로 서로가 손이 가는 기적의 주장이었던 점, 도심 한가운데의 멋쟁이 대학에 어울리지 않는 무뚝뚝한 사람이라는 몇 가지 공통점 때문에 나와 카사마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친해졌다.
카사마츠가 일반 입학 조에서도 특히 어렵다는 이공학부라는 걸 듣고 나는 또 놀랐지만, 그 이유가 “여자가 적으니까”라는 데에는 무조건 호감을 느꼈다. 난처한 듯이 “여자는 거북하거든―”이라는 얼굴은 불안해 보여서, 이 녀석이라면 귀엽다고 다가올 여자가 잔뜩 있을 텐데 싶으니 점점 호감이 생겼다. 하여간 고교시절에 세 걸음 걷기만 하면 유아부터 노부인까지 꼬셔대는…… 다시 말하자면 호의를 얻는, 미국에서 귀국한 미남자 때문에 몹시 힘들었던 추억이 있으므로.
인기 많을 것 같은데 여자를 멀리하다니 얼마나 산뜻한 남자인가. 아예 숭배하고 싶다.
듣자하니 이번 주말에는 운동부 학생전용기숙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나는 리포트니 실험이니 해서 바빠질 카사마츠에게, 강의 때 자리를 잡거나 기숙사에서 저녁 식사를 맡아두는 등의 협력을 아끼지 않고 하리라고 마음먹었다.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부 내에서 카사마츠에 대한 레귤러 진의 텃세는 심했다.
그렇잖아도 운동부에서 한 학년 차이는 마찰을 빚기 쉽다. 중학에서도 고교에서도 한 학년 위와 아래는 연령, 정신, 육체적으로 그리 차이가 없는데, 그럼에도 선후배 서열은 절대적이니 아래는 틈만 있으면 위의 포지션을 뺏으려 하고 위는 자존심을 걸고 추월당하지 않으려 한다.
그건 대학이라고 해서 다르지도 않았다. 하물며 2학년 정 PG가 보기에 카사마츠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일부러 찾아온 방해꾼이다.
이미 레귤러진과 마찬가지로 취급받고 있지만, 일반 조라는 이유로 우리 추천 조가 면제받는 잡일을 떠맡는 일도 많았다. 반대로 일반 조 중에서도 이공계는 강의가 바쁘기 때문에 다소 연습에 늦어도 불평을 듣지 않는데, 카사마츠만은 레귤러라는 이유로 질책받았다.
“넌 그런 거 할 필요 없잖아?”
연습 후 아까 링 청소를 명령받던 카사마츠에게 물었다.
“너도 대걸레질하잖아.”
“대걸레질은 추천, 일반 관계없이 1학년이 할 일이야.”
“그래. 그런데 나는 오늘 강의가 길어져서 연습 전 걸레질에 참가 못 했습니다.”
“그렇다고…….”
“괜찮아. 애초에 이런 짓 해봤자 실력의 세계인데 말이지.”
실력과 재능의 차이를 고교 마지막 1년 사이에 여봐란 듯 과시 당한 우리에게 있어 그 말은 무겁다.
“난 원래 선배 운이 없어. 고교 때도, 뭐 자업자득이지만. 그러니까 익숙해.”
의외였다. 카사마츠는 예의 바르고 표리가 없어서, 재능의 차이나 포지션을 뺏긴 것에 대한 질투 같은 걸 빼더라도 상급생에게는 귀여움받을 타입일 줄 알았다.
실제로 나는 압도적인 재능 차이를 똑똑히 봤어도 무라사키바라는 후배로서 귀여웠고, 평소에는 오히려 너무 어린 언동 때문에 이것저것 돌봐주고 싶어졌다.
카사마츠도 카이조의 후배와는 지금도 사이가 좋은지, 연습시합 결과 등을 일일이 연락해 온다고 했다. 휴일에 함께 어디 놀러 가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그것을 긍정하듯 카사마츠가 말한다.
“하지만 동기랑 후배 운은 있어. 그러니까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지.”
“그렇군. 카이조는 분위기 좋았으니까. 키세 군도 잘 어울렸고.”
“그치? 게다가 오카무라와도 팀 메이트가 됐고.”
카사마츠는 링에서 내 쪽으로 돌아보고 활짝 웃었다. 그 얼굴이 정말로 기뻐 보여서 나는 답지도 않게 두근대버렸다.
뭐랄까, 이 녀석이 카이조에서 주장을 맡았던 이유를 잘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녀석은 분명히 주변 사람들이 무조건 “이 녀석을 위해서라면 힘내자”고 생각하게 하는 타입의 인간이다. 그 카리스마는, 윗사람이 보면 거슬리게 비치는 일도 있으리라.
나야말로 너와 팀 메이트가 돼서 다행이다, 하고 말하자 카사마츠는 더 기쁜 듯이 웃었다.
카사마츠가 “후배 운은 있다”고 자랑했듯이,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지자 기숙사까지 곧잘 후배가 얼굴을 내밀게 되었다.
특히 자주 놀러 오는 건 키세 군으로, 도내에서 일이 있으면 반드시 들러 갔다. 나는 그때까지 키세 군이 모델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지만 (나는 세련된 패션잡지 같은 건 용건이 없다.) 같은 기숙사에 있다는 걸 안 뒤부터는 스타일리스트에게 받았다며 굳이 나한테까지 특대사이즈의 옷을 가져와 주게 되었다.
“별로 센스 좋은 게 없어서. 죄송합니다.”
“너 하다못해 상하는 맞춰. 위가 핑크고 아래가 노랑이라니 무리잖아. 게다가 왜 등에 용 자수가…….”
“아냐, 나쯤 되면 사이즈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고마워, 키세 군.”
“아뇨. 선배가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이 정도는.”
“왜 네가 잘난 듯이 내 보호자처럼 구는 건데!!”
카사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키세 군을 팼지만, 사이가 좋다는 걸 잘 알 수 있는 흐뭇한 광경이었다.
키세 군이 부지런히 옷을 갖다 주다 보니, 초여름 즈음에는 사이즈에 문제가 없는 카사마츠는 복장만은 완전히 이 멋쟁이 대학에 어울렸다. 그때부터 미팅 권유를 받게 됐는지 여자를 거북해하는 카사마츠가 거절하느라 몹시 고생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럴 때 말을 걸면, 여자가 나를 보고 겁먹은 건지 곧바로 없어져서 굉장히 고마워했다. 정말 슬프다…….
여름. 인터하이를 함께 보러 갔다.
요센도 카이조도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나는 시합 후 후배 일행에게 얼굴을 내밀고, 울거나 사과하는 것을 달랬다. 뜻밖에도 무라사키바라가 “분해, 분해” 하고 크게 울부짖고, 히무로는 조용하게 “겨울은 반드시 이기겠습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 눈동자에는 눈물이 없고 이미 다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 든든하게 느껴졌다. 1년 만에 제법 성장한 것 같다.
카사마츠는 관객석에서 카이조의 시합 종료를 지켜보고 그대로 돌아갔다. “얼굴 안 비추고?”라고 묻자 “보여주고 싶지 않겠지. 자존심이 강한 녀석이니까”라고 말했다. 전원이 아니라 누군가 특정한 후배를 가리키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그래도 세간이나 일본농구협회의 『기적의 세대』에 대한 기대는 몹시 큰 듯, 여름 인터하이 후 어찌 된 게 미국 주니어 팀과의 친선시합이 개최되게 되었다.
18세 이하로 대표 멤버가 뽑혀서 2주간의 미국 원정, 그 전에 2주간 합동합숙까지 합계 1개월이라는 대 이벤트로 잔뜩 힘을 주었다. 여름방학이 끝난 뒤지만, 그쪽 방학에 맞췄더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대표 멤버는 강호 교의 선수뿐이었으므로 고교 측의 협력도 얻은 것 같다. 당연히 『기적의 세대』는 전원 뽑히고 요센에서는 히무로도 대표에 들어갔다. 나한테 보고는 안 했지만…….
키세 군은 미국 원정 출발 전에 일부러 대학까지 카사마츠를 만나러 왔다. 출발까지 겨우 하루밖에 안 남았는데 합숙 간 곳에서 사 온 선물이라며 나한테도 지역특산 과자와 부적을 가져다주었다. 부적에 『연애성취』라고 쓰여 있었던 건 호의인지 비아냥인지 판단하기 곤란했지만.
미묘한 얼굴을 한 나는 “아, 그거 히무로 상이 보낸 검다”는 말을 듣고 괜히 더 혼란스러웠다.
히무로……. 그 녀석이라면 별 뜻 없는 진짜 호의든 악의로 뭉친 말도 안 되는 심술이든, 어느 쪽이든 가능성이 있다. 사자성어의 의미를 몰라서 느낌과 디자인으로 골랐을지도 모른다……. (『연애성취』 부적은 귀여운 분홍색이었다.)
키세 군이 카사마츠에게 건넨 것은 『무병 식재』 부적이었다. 나도 이런 후배가 갖고 싶었어…….
“선배, 미국에서 사오는 선물은 뭐가 좋아요?”
게다가 원정지에서의 선물 요청도 묻고 있다.
카사마츠는 키세 군에게서 받은 『무병 식재』 부적을 빤히 봤다.
“필요 없어. 너야말로 부상 같은 거 당하지 말고 무사히 돌아와.”
“이기고 오라는 소린 안 하네요.”
“그야 넌 이길 거잖아.”
키세 군이 그걸 듣고 아주 아름답게 웃었다.
얼마나 대단한 신뢰관계인가. 두 사람은 눈을 마주 보고 웃는다.
만약 나한테 무라사키바라나 히무로가 똑같이 물으면 카사마츠처럼 우선은 무사히 돌아오라고 할 수 있을까? 폼 재듯이 “승리가 선물이다.” 정도는 말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게다가 “너는 이긴다”고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며 출발 전의 후배에게 자신감을 갖게 한다. 아무리 『기적』이라고 해도 첫 미국 원정이니까 불안도 있으리라. 그러나 저리도 간단히 “이긴다”는 말을 들으면, 그런 건 쉽사리 해소될지도 모른다.
나에게 부족한 건 그런 후배에 대한 사소한 다정함이었나 하고 눈앞이 탁 트였다. 앞으로는 신경 써야지.
그건 그렇고 카사마츠는 정말로 사람의 마음을 능숙하게 장악한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키세 군도 그야 따를 만하다.
분명히 내 대의 주장은 카사마츠가 되리라고 예감하고, 그때는 성심껏 힘이 되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카사마츠의 주위는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키세 군은 지금껏 기숙사에는 자주 얼굴을 비쳤는데, 대학에까지 온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우리 농구 선수 입장에서는 키세 료타라고 하면 『기적의 세대』나 『퍼펙트 카피』 중 어느 쪽이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모델인 키세 료타』인 것이다. 그 『모델인 키세 료타』와 친근하게 대화했다는 카사마츠는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주로 육식계 여자로부터.
카사마츠가 강의와 연습 이외의 대학에 있는 시간은 항상 여자가 말을 걸 틈을 노리게 되었다.
미팅 권유도 지금껏 이상으로 오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아는 척하면 대개의 여자는 물러났지만, 지금은 “괜찮으면 친구도 같이 와줘!”라고 웃는 얼굴로 말하기까지 한다. 『키세 료타』의 친구와 친해질 기회를 앞두면 고릴라 같은 것도 문제가 안 되나 보다.
카사마츠가 여자를 무서워하는 기분을 조금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여자의 강인함은 무섭다. 아니, 무서운 건 그녀들을 그렇게까지 하게 만드는 『키세 료타』의 매력일까?
“그럼, 언제면 괜찮을까?”
“당분간 시간이 없습니다.”
“인터칼리지 끝나면 연습 줄지 않아?”
“줄지 않습니다.
부실로 향하는 도중에 발견한 카사마츠는 또 여자 세 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존댓말을 쓰고 있는 걸 봐서 상대는 상급생, 그중에서도 꽤 대가 세고 눈에 띄는 미인뿐이다.
저거 치어리딩부의 리더 아닌가? 평소에는 농구 따윈 무시하고 야구나 럭비만 응원하러 가지 않았나. (방송국에서 취재 오니까)
이건 구해줘야지.
“카사마츠, 빨리 걸레질 안 하면 또 선배한테 혼나!!”
내가 말하자 여자들이 돌아본다. 명백하게 “쳇”이라는 얼굴을 했다. 무섭다.
카사마츠는 일단 여자들에게 고개를 숙인 뒤 나를 향해 달려왔다.
“오카무라! 완전 살았어, 땡큐.”
진심으로 안도한 듯이 웃으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불쌍해졌다.
그 뒤 나날이 카사마츠의 안색이 나빠져 가는 듯이 느껴졌다. 연습에 지장이 생기는 일은 없었지만, 보다 보면 언제나 지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괜찮냐, 너.”
“아― 조금. 잠을 별로 못 자서…….”
“키세 군이 돌아오면 상담해보면 어때?”
“……키세는 관계없어. 리포트가 좀 쌓였을 뿐이니까.”
그게 거짓말인 건 명백했다. 나는 어쩌면 불면증 같은 게 아닐까 싶어 걱정됐다.
그래도 2주쯤 지나자 다소 익숙해졌나 보다.
그날 아침, 기숙사 식당에서 만난 카사마츠는 아직 졸린 듯한 얼굴을 하고는 있었지만, 어제까지 같은 음울한 분위기가 옅어져 있었다.
“오카무라, 나 오늘 연습 끝나면 집에 갈 거니까 저녁밥 필요 없어. 안 맡아줘도 돼.”
“어, 알았어. ……저기, 너 안 잤어?”
“알겠어?”
“눈 밑에 다크서클 엄청나.”
“진짜? ……그래도 뭐 오늘로 끝나니까.”
아무래도 여자와 리포트의 2단 공격으로 지쳤던 모양이다. 또 금세 바빠질 테지만, 우선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연습 뒤, 카사마츠는 주장한테서 미팅에 참가하라는 명령을 받아버렸다.
“키세료의 선배였던 녀석이 있다고 했더니 데려와 줬으면 한대서 말이지.”
“아니, 그치만…….”
“오늘의 상대는 B 여대고, OTV에 내정된 애도 오거든. 여자 아나운서란 말이야. 진짜, 부탁한다 카사마츠!”
주장의 부탁이라면 카사마츠도 대놓고 거절할 수 없다. 나도 역시 쓸데없이 참견할 수 없어서 어쩔까 하고 있는데, 카사마츠가 나를 보고 매달리듯이 말했다.
“그럼, 오카무라도 같이 간다면 괜찮습니다.”
“엑, 오카무라………….”
왜 그렇게 말문이 막히는 겁니까, 주장…….
최종적으로 나까지 미래의 여자 아나운서가 참석하는 화려한 미팅에 어울리지도 않게 참가하게 되어버렸다.
미팅에선 남녀가 엇갈리게 앉는다고 한다. 카사마츠도 처음 알았는지 그걸 듣고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예의 여자 아나운서 양 옆에 주장과 나. 여자 아나운서의 눈앞에 카사마츠라는 배치였다. 그렇달까, 멋대로 정해져 있었다.
주장으로서는 가까워지고 싶은 여자 아나운서 옆자리를 지키면서 반대편에 나를 두고 들러리 역으로. 다만 여자 아나운서는 카사마츠가 목적이니까 그 카사마츠를 일단 맞은편에 두고 모양새를 지킨다는 것일까. 빈틈없다. 크지도 작지도 않게, 숙이면 절묘하게 가슴골이 보이는 옷차림의 여자아나운서도 빈틈없다. 맞은편이라 소문으로 듣던 접촉이 안 되는 불리함을 메우고 있다.
애초에 카사마츠는 가슴골은커녕 얼굴조차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자기 접시에 덜어진 닭튀김을 그저 주시하고 있다.
“키세료의 선배 맞지?”
“……. 네. …….”
“키세료는 어떤 느낌이었어?”
“에. ……천재?”
“……아, 농구 말이지! 굉장히 강하다며―.”
“네.”
“평소엔 어땠어? 공부는 잘 못하지?”
“네.”
“성격은? 왠지 잡지 같은 걸 보면 다정할 것 같은데.”
“……아니, …아뇨, 네…….”
굉장하다. 거의 “네”만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정하구나! 그렇게 잘생기고 다정하니까 인기 많겠지, 분명히. 밸런타인데이 때라든지 굉장했겠지?”
“……죄송합니다. 잘 몰라요.”
“에?”
“그땐 자유등교였기 때문에…….”
카사마츠―!! 그건 밸런타인데이 상황이 아니라 키세료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묻고 있는 거라고! 그 뒤에 “여자친구 있을까? 알아?” 같은 대화로 끌고 갈 셈이라고! 왜 나도 아는 걸 모르는 거야―!!
나는 내 눈앞에 앉은 여자애가 동향 출신이라 기적적으로 여자와의 대화가 무르익었다. 기숙사 생활이라고 했더니 사교 상 인사말로 “청소나 세탁 같은 거 힘들겠다. 밥은 어떻게 해?”라고 물어봐 줄 정도로는 무르익었다.
하지만 도중부터 옆의 여자 아나운서와 카사마츠의 줄타기 같은 대화 쪽이 신경 쓰이게 돼버렸다. 실은 어디까지 “네”로 대화가 이어질지 기대됐던 점도 있다.
하지만 좀 심했기에,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다.
“키세 군이 나오는 시합은 여자들이 잔뜩 관전했습니다. 덩크가 들어가면 환성이 대단하고.”
여자 아나운서는 내 존재를 처음 알았다는 듯이 봤다. 일순 얼굴이 경련한 듯이 보였지만, 금세 생긋 웃었다.
“당신도 키세료의 지인?”
“아니, 저는, 제 후배가 중학교 때 키세 군과 팀 메이트였을 뿐이에요.”
“그렇구나―. 학교는 어디?”
“테이코 중학교입니다.”
“아니 아니, 당신네 고교.”
“아, 요센입니다.”
“요센……? 미안, 모르는 것 같아…….”
“아, 아키타라서…….”
“그치만 농구 잘하지? 키세료랑 시합한 적 있어?”
“아니, 우리는…….”
“그런 것도 모르냐.”
툭 하니 저음으로 토해내듯 나온 그 목소리가 카사마츠의 것이라는 건 바로 깨닫지 못했다.
나는 몹시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여자 아나운서는 웃는 것도 잊고 굳었다.
미묘하게 무거운 공기 속에서 카사마츠는 “죄송합니다”고 그 자리에서 사과한다.
그리고 주장을 향해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였다.
“저, 역시 돌아가겠습니다.”
“어, 어이 카사마츠!”
주장이 불러 세우고, 나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카사마츠를 뒤따랐다.
입구 근처에서 신발을 신고 있던 카사마츠를 따라잡고, 부른다.
“카사마츠!”
“오카무라, 미안하지만 나 갈게. 회비는 선불이었지만 부족하면 빌려줘. 내일 갚을게.”
“아니 그건 상관없는데. 아, 집에 간 댔던가. 그거 주장한테 말해둘게.”
“고마워. ……아, 그렇지.”
카사마츠는 나에게 몇 걸음 다가와 『숙여봐』라는 듯이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신호했다. 그대로 약간 숙여주자 내 셔츠 주머니에 뭔가를 넣는다.
“답례. 그거 줄 테니까, 써. ……그럼.”
그리고 카사마츠는 완전히 지친 듯한 걸음걸이로 가게를 나갔다.
괜찮을까, 저거. 그러고 보니 리포트 때문에 수면부족이라고 했었고, 불면증 같았고.
나는 걱정이 되어 카사마츠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봤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려다 그 전에 헤어지면서 카사마츠가 뭘 줬나 싶어서 주머니에서 그걸 꺼내고………….
굳는다.
이이이이, 이건, 이른바, 콘O?!
나는 그 자리에서 가뿐히 10초 이상 얼어붙어 버렸다.
머릿속이 수많은 ‘왜’로 파묻힌다.
왜, 이게 여기에?
왜, 카사마츠는 이걸 나한테?
‘써’라는 건 무슨 소리지? 언제? 어디서? 누구랑?
애초에, 왜 카사마츠가 이런 걸 갖고 다니는 건데?!
카사마츠라는 남자는 성실하고 무뚝뚝하고 강경파에다 여자를 거북해한다. 이 손에 있는 것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을 터……가 아니었나?
나는 그 뒤 무슨 얘기를 하고 어떻게 기숙사까지 돌아갔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다음날 나는 대걸레질 당번이었기 때문에 다른 1학년보다 일찍 아침 연습을 하러 갔다.
부실 앞까지 가자 이미 누군가가 와 있는 듯했다. 이야기소리가 들린다.
“넌 왜 따라와. 이제 가.”
“그치만 선배 한숨도 못 잤잖아요. 난 걱정돼서…….”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난 비행기 안에서 잤슴다.”
카사마츠랑 ……키세 군? 카사마츠도 오늘 대걸레 당번이었나?
나는 의문으로 생각하면서 부실 문을 열었다.
“안녕, 카사마츠. 너 어제 괜찮았어?”
역시 안에는 키세 군이 있었다.
카사마츠는 부실에 놓여 있는 벤치에 걸터앉아 있고 그 앞에 무릎 꿇듯이 키세 군이 앉아 있었다. 내 목소리에 두 사람 다 이쪽을 돌아본다.
“안녕.”
“안녕하세요.”
키세 군이 일어난다.
“그럼 선배, 난 가겠슴다. 아, 오카무라 상, 이거.”
키세 군은 나에게 작은 사각 꾸러미를 내밀었다.
“미국에서 사온 선물임다. 오카무라 상도 일본에서는 사이즈 찾는 게 힘들 것 같아서. 괜찮으면 받아주세요.”
“아, 아아. 고마워.”
“카사마츠 선배는 수면부족 같으니까 무리하지 않게 감시해줄 수 있어요?”
“키세에!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마!! 빨리 가!!”
내가 대답하기 전에 카사마츠가 고함쳐서 키세 군은 목을 움츠리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하며 나갔다.
카사마츠는 벤치에서 나른한 듯이 그걸 바라보고는 나한테 “어제는 미안. 돈은 충분했어?” 라고 묻는다.
“아, 괜찮아. ……저, 키세 군은 왜 여기에?”
“어제 돌아왔대. 뭐더라 로스트 패키지? 같은 것 때문에 무라사키바라는 아직 나리타의 호텔에 있다고.”
“그런가.”
그 뒤에 나는 어제 카사마츠에게서 받아버린 콘O을 꺼낸다.
“저, 저기 카사마츠, 그, 이거, 돌려줄게…….”
카사마츠가 무슨 생각으로 이걸 나한테 줬는지는 하룻밤 내내 생각해봐도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갖고 있어봤자 소용없으니 역시 본인에게 돌려주는 편이 나으리라.
카사마츠는 그걸 졸린 듯한 눈으로 바라봤다.
“뭐야. 안 썼나.”
“아니, 카사마츠! 그거 어제도 묻고 싶었는데 ‘쓴다’는 게 무슨 소리야?! 왜 이걸 나한테 준 거야?”
“그야 내 옆에 있던 애가 너한테 밥해주겠다는 어필을 엄청 했잖아. ‘밥해준다’ = ‘집에 들인다’잖아? 그런 거야. ……뭐, 키세가 한 소리지만.”
카사마츠는 내가 돌려준 콘O을 집어서 제 손에 쥔다.
“밥해주겠다는 여자는 무작정 따라가지 말라고. 위험하니까. 만에 하나의 경우는 반드시 피임하라며. 귀찮게 말이지.”
“그런, 건가……?”
그럼 그건 키세 군이 카사마츠에게 들려준 건가? 그 만에 하나를 위해서. 그야 키세 군이라면 그런 일은 많이 있을 테지만…….
좀처럼 와 닿지 않지만,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어라? 그럼 나 혹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나? 그래도 따라가지 않는 편이 좋다고 키세 군은 그렇게 말했다지? 그럼 기회를 놓친 게 잘 된 건가 나는? 카사마츠도 만에 하나를 걱정해준 건가? 그치만 이 녀석 어제 ‘답례’라고 했던 것 같은……?
혼란스러운 나를 내버려두고 카사마츠는 벤치에서 잠겨가는 목소리로 중얼댄다.
“미안하지만 오카무라, 나 한계니까 좀 잘게. 걸레질 끝나면 깨워줘.”
“너 어제도 못 잤어? 본격적으로 불면증인 거 아냐? 병원을 가는 편이…….”
“필요 없어. 그냥 단순히……, 욕, 구불…만, 이었…, ……뿐, ……니까…….”
“하?”
작아지는 어미가 잘 들리지 않아서 되물었지만 카사마츠는 이미 툭 고개를 떨구고 벤치에서 잠들어 있었다.
쿨쿨 자는 숨소리가 들린다.
지금 잠들었다는 건 불면증은 아닌가. 그럼 다행이다. 다행이지만.
어째서 카사마츠는 어제랑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거지? 집에 돌아간 게 아니었나? 그런 위험물을 쥔 채로 자도 괜찮은 거야? 자는 사이에 떨어뜨릴 걱정은 안 하는 건가?
…………그리고 그 목덜미 아래에 보이는 울혈된 자국은, 벌레에 물린 거지?
어제까지라면 순순히 믿을 수 있었는데 나도 좀 더러워져 버렸나 봐. 미안 카사마츠.
나는 친구에 대한 찜찜한 감정을 지우려 고개를 저은 뒤 얼른 옷을 갈아입고 대걸레질을 하러 가려고 로커를 연다.
키세 군에게 받은 걸 넣으려다가, 그러고 보니 이건 뭘까, 사이즈가 어쩌고 했는데 상자가 꽤 작은데 하고 포장을 벗겼다.
심플한 검은 상자가 나타나고, 표면에 ‘MAGNUM XL'라는 금색 글자가. 그 아래에도 조그맣게 영문이 기재돼 있다.
“슈퍼 엑스트라 라지 사이즈 콘도………….”
나는 어째서 이틀 연속으로 이런 쓸 예정도 없는 걸 받는 입장이 된 걸까.
저 선후배 콤비는 실은 비슷한 녀석들이 아닐까?
그리고 키세 군, 이거 사이즈 너무 커…….
끝. 키세 군은 만에 하나를 허락할 만큼 경솔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코네즈미님의 「오카무라 상과 아오미네 군」 시리즈.